비약

<여행>

karmaflowing 2010. 6. 18. 00:16

<여행>

 

 

길을 선택해야만 했을 때 나는 서쪽으로 난 길을 택했다.

길은 유년기의 숲에서 성공의 도시로 이어져 있었다.

 

내 가방에는 지식이 가득했지만

두려움과 무거운 것들도 들어 있었다.

내가 가진 가장 소중한 재산은

그 도시의 황금 문으로 들어가리라는 이상이었다.

 

도중에 나는 건널 수 없는 강에 이르렀고

내 꿈이 사라지는 것만 같아 두려웠다.

하지만 나무를 잘라 다리를 만들고 강을 건넜다.

여행은 내가 계획한 것보다 더 오래 걸렸다.

비를 맞아 몹시 피곤해진 나는 배낭의

무거운 것들을 버리고 걸음을 재촉했다.

 

그때 나는 숲 너머에 있는 성공의 도시를 보았다.

나는 생각했다.

'마침내 난 목적지에 도착했어. 온 세상이 부러워할 거야!'

도시에 도착했지만 문이 잠겨 있었다.

문 앞에 있는 남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목쉰 소리로 말했다.

'당신을 들여보낼 수 없어. 내 명단엔 당신의 이름이 없어.'

 

나는 울부짖고, 비명을 지르고, 발길질을 해댔다.

내 삶은 이제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처음으로 나는 고개를 돌려

내가 걸어온 동쪽을 바라보았다.

그곳까지 오면서 내가 경험한 모든 일들을.

 

도시에 들어갈 순 없었지만

그것이 내가 승리하지 못했다는 뜻은 아니었다.

나는 강을 건너고, 비를 피하는 법을 스스로 배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을 여는 법을 배웠다.

때로는 그것이 고통을 가져다줄지라도.

 

나는 알았다. 삶은 단순히 생존하는 것 이상임을.

나의 성공은 도착이 아니라 그 여정에 있음을.

 

- 낸시 함멜,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류시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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