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나이 다음날이었다. 장평이 일찍 일어나 소축 문을 열고 나오니 아직 새벽이었다. 누구도 깨어나지 않은 해뜨기 전 늦은 이월의 새벽 공기는 차가웠다. 새벽은 무거운 푸른빛으로 가라앉아 있었고 아무도 밟지 않은 대지는 희미한 달빛을 받아 흰색으로 드러나 있었다. 장평이 소축 옆의 오래된 매화나무 .. 소설 메모/공산만강 中 2011.09.11
3 우리 사랑의 삶이 죽음보다 짧더라도 그때 떠드는 두 동생의 말과 불평없이 대답해주는 장평의 이야기를 곁에서 말없이 듣고 있던 그녀가 이번에는 직접 조심스레 장평에게 물었다. "죄송하지만, 혹시 공산의 두 글자가 무엇을 의미하는가요" 과거 그녀가 그의 부친에게 물었으나 그 대답이 궁색했다. 그리고 그 궁금증은 지금까지 계속된.. 소설 메모/공산만강 中 2011.09.09
90 인생의 바다에 내리는 비 자정이 가까운 삼경 무렵 장평이 황유정과 교대로 국주의 침상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황유정과 모친은 오늘 많이 바빴고 특히 황유정은 내일 아침 일찍 마정의 행방을 찾아야 했기에 황국주 곁에서 밤을 장평이 새우기로 했다. 장평이 늦은 밤 국주의 침상 곁 의자에 홀로 앉아 있었다. 부엉! 부엉이가.. 소설 메모/공산만강 中 2010.10.11
154 매화가지 그림자 암향소영(暗香疎影)! 매화의 향기는 본래 보이지 않고 가지의 그림자는 잡히지 않듯이 그녀의 마음 깊이는 장평이 알 수 없었다. 소설 메모/공산만강 中 2008.08.05
151 바다에 내리는 비 그 때 금의인이 장평을 향해 낭랑한 어조로 물었다. "너는 왜 번민하고 있는냐?" 장평이 자신도 모르게 대답했다. "사형의 목숨이 내일 해가 지면 세상을 떠난다 하기에 마음이 찢어지며 고통스러울 정도로 슬픕니다." 금의인이 침상 위의 황국주를 돌아보고는 장평을 향해 말했다. "그는 다른 세상으로 .. 소설 메모/공산만강 中 2008.07.11
136 돌아오지 않는 손님 때는 과거로 흘러 작년 여름 어느 더운 날의 공산으로 돌아간다. 그 날 사부가 구해온 한 자 크기의 만년한철을 보고는 장평이 신기해했다. 남해 고도의 심해에서 생산되는 만년한철은 그가 아는 어느 금속보다 차가우며 굳강했고 그 무거움은 흑오석을 압도했다. 사부가 신기해 하는 장평에게 물었다... 소설 메모/공산만강 中 2008.07.10
135 무상검 그때, 악문 이빨 속에 비명소리가 참지 못해 새어나오는 그 때 그의 마음속에 흐르는 고요한 언어가 있었다. "인생은 무상해라! 비바람 불듯 구름이 흐르듯 인생은 홀로 여울져 가는 법 한여름의 푸른 나뭇잎은 바람에 떨어지고 다시 나뭇잎은 흙이 되고 그 흙에 묻혀 우리의 인생은 덧없이 사라져 가는.. 소설 메모/공산만강 中 2008.07.10
133 분노의 증오 장평이 그녀들의 죽음을 보고만 있어야 했던 자신의 무기력함이 겹쳐지면 극도로 분노했고 노해 외쳤다. "이놈!" 어쩜 자기자신에 대한 분노이기도 했다. 그러나 검을 잡은 손은 평소의 반에 반의 진력만이 느껴질 뿐이고 산등성이 지는 달을 등진 적의 모습은 더욱 거대했다. 그가 자신의 능력의 부족.. 소설 메모/공산만강 中 2008.07.10
67 강가로 오라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내가 노래하고 네가 춤추면 삭막한 이 세상 아름다울 것이다. 내가 물을 떠다 가련한 사람의 발을 씻기면 먼저 내 손부터 깨끗해질 것이다. 먼길 가는 친구야, 그대 촛불 밝혀라! 어둠 속의 남을 위해 밝히는 불꽃은 먼저 그대 눈앞부터 밝고 찬란하게 할 것이다" 소설 메모/공산만강 中 2008.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