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 그리움이 스쳐지나는 언덕 호수에 붙잡을 수 없는 노을이 끝없이 지고 있었다. 시선을 창밖에 하염없이 보내고 있는 남의 청년의 두 눈 속에도 노을이 같이 지고 있는 듯 했다. 노을이 지는 날은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 속 이야기를 누구와도 나누고 싶어하고, 그래서인지 의복을 단정히 차려입은 손님들이 찻잔이 식은 뒤에도 늦.. 소설 메모/느리게 흐르는 강 中 2011.08.07
106 죽은 자가 살아돌아오는 강가에 서서 조노인은 은퇴하면 마치 백거이의 시마냥, 푸른강변과 살구나무 숲이 그곳이 내려다보이는 창문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함께 늙어가는 술독을 벗삼아 지내고 싶다 했다. 그러나 살구나무 꽃은 년년세세 변함없이 올 봄에도 피었으나 사람은 똑같지 않아 조노인을 포함한 백화장원의 죽은 이들은 가.. 소설 메모/느리게 흐르는 강 中 2011.08.07
103 선은 드물고 악은 흔하니 그러나 당신은 무소불위의 천인혈에게도 약점이 있다는 것을 여지껏 모르고 있었을 것이에요. 나는 비록 빈그릇과 같이 텅비게 되나 당신 역시 무사하지 못할 것이에요. 사부님은 어느 날 저를 불러앉혀놓고 말했죠. 순수와 순수하지 못함이 합치면 순수가 되니 이는 선이며, 그러나 세상에 극히 드문.. 소설 메모/느리게 흐르는 강 中 2011.08.07
100 천 년 동안 깨어 있다는 것 한편, 그 시간 의식을 잃고 있는 이정의 꿈속이었다. 무상검을 펼친 여파인지 위급한 상황에서도 깊은 꿈속에 빠져든 것이다. 이정이 천 년 전의 탁탑천왕 이정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50대 정도의 장년의 나이에 단호하고 각진 외모와 영기 있는 눈빛이었고, 전설과 달리 커다란 보탑은 지니지 않고, .. 소설 메모/느리게 흐르는 강 中 2011.08.07
99 기억의 모래성 비록 예상한 바이지만 참으로 천무련주라는 자는 무서운 자였다. 그러나 이 고비를 넘기면 그녀 역시 오랜 세월 안배한 것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눈앞의 그녀의 생명을 조여오는 탑림은 그녀도 미리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그녀가 두려워하는 것은 사명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며, 그녀의 정신이 몸 이.. 소설 메모/느리게 흐르는 강 中 2011.08.07
98 소멸되지 않는 표상 탑이 그 명령에 복종했다. 탑이 이전과는 달리 연계를 시작하니 하나의 눈에 보이지 않는 큰 하늘의 시간과 공간을 가두는 절진이 펼쳐졌다. 앞서와 달리 비로소 느껴지는 강한 살기에 모두가 아연했다. "탑이 살기를 띈다!" 그 살기가 주위에 충천하니 그들이 분분히 뒤로 물러섰다. 천무련주의 노여움.. 소설 메모/느리게 흐르는 강 中 2011.08.07
97 삼불해의 장 "과거 문수보살이 무착에게 노인의 모습으로 나타나 설파하기를, 7층석탑보다 한순간의 조용한 좌선이 귀중하다 했소. 탑은 먼지로 돌아가나 일념의 청정한 마음은 깨달음을 얻는다 했고. 그 말이 지금 목전에서 실현되었으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오." 그런데 이렇게 모든 이들이 생사일전에도 불구하.. 소설 메모/느리게 흐르는 강 中 2011.08.07
96 의식의 거울 시간이 과거로 회귀되는 것이다. 탑은 시간의 주재자로서 원하는 장면을 만드는 것이다. ...(중략)... "이정, 미혹되지 말아라!" 동시에 무상검이 말했다. "무상은 무엇인가! 오온개공(五蘊皆空)이라! 물질인 색(色)과 정신인 수(受), 상(想), 행(行), 식(識)의 다섯 가지를 쌓는(蘊) 것이니, 오온은 삼라만상 .. 소설 메모/느리게 흐르는 강 中 2011.08.07
95 시간의 탑 "천무련주는 아침 우리에게 숙제를 내었다. 그가 이곳에 새벽부터 혼자만의 힘만으로 20개의 탑을 세운 것이다. 그리고 그 탑들을 영웅탑이라 불렀다. 영웅탑은 시간의 탑이며 곧 과거와 현재에 걸쳐 표지가 되는 것으로 시간의 비밀을 아는 자만이 이를 깨뜨릴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해질 무렵.. 소설 메모/느리게 흐르는 강 中 2011.08.07
90 죽음으로의 여정 마기의 해일이 덮치고 그 해일 속에서는 모두가 어두웠다. 단지 여인봉의 봉우리만이 공중에 뜬 모습으로 희미하게 보일 뿐이었다. 불빛 하나 없었다. 마치 어릴 적 꿈 백일몽 속의 공간과 같았다. 달아나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마의 바다의 영역! 억누를 수 없는 공포가 그들 사이에 엄습했다. 그.. 소설 메모/느리게 흐르는 강 中 2011.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