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배우기로는 이 빛은 물과 바람과 흙 이전의 빛이라 합니다. 천지자연이 이 빛으로 이루어졌고, 이 빛의 형태로 존재하며 이것은 번갯불이기도 하고 달빛 별빛이기도 합니다. 흙과 바람과 물은 우주에서 극히 미미한 형태이고 단지 이 빛의 일부이며, 세상은 온통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빛으로 충만해 있습니다"
모두가 낯선 그의 무학을 경청하고 있었다.
"그 빛은 살아 있어 상심한 사람을 위로하고 고아와 홀로 된 과부를 돕고 외로운 사람을 달래준다 합니다"
때로는 높게 때로는 낮게 고저를 가지고 들리는 노래는 과거 당나라 시대의 이하의 신현곡이라는 노래였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면 귀신들이 온다.
바람에 불려 말을 타고 구름을 차면서.
땅에는 풍악이 일고, 우는 듯 흐느끼는 듯,
비파 소리, 늴리리 피리소리.
무당은 사르르 치마를 땅에 끌어 춤을 추고,
계수나무 잎사귀 바람에 떨며,
계수나무 열매는 떨어지고,
살쾡이는 피를 토하며 울고,
여우는 겁에 질려 죽는다.
벽에 그린 용을 타고 금빛 꼬리 뒤틀며,
비의 신이 못 속으로 들어갈 때,
백 년 묵은 올빼미는 귀신이 된다.
고목에 사는 음침한 고목의 귀신,
그 울음 소리, 그 푸른 눈빛, 둥우리에 사위롭다."
神絃曲(신현곡) 鬼神들의 絃樂
西 山 日 沒 東 山 昏 (서 산 일 몰 동 산 혼) 서산 너머 해 잠기니, 동쪽 산 어스름하고,
旋 風 吹 馬 馬 踏 雲 (선 풍 취 마 마 답 운) 돌개바람 일어나니 말들이 구름을 차는 듯,
畵 絃 素 管 聲 淺 繁 (화 현 소 관 성 천 번) 가지가지 악기를 소리 잦았다 어우러지는듯,
花 裙 萃 蔡 步 秋 塵 (화 군 취 채 보 추 진) 꽃무늬 치마입은 취의미녀 낙엽을 밟는 듯,
桂 葉 刷 風 桂 墜 子 (계 엽 쇄 풍 계 추 자) 계수잎은 바람에 떨리고 계수씨 떨어진다.
靑 狸 哭 血 寒 狐 死 (청 리 곡 혈 한 호 사) 어린 삵은 슬피 울고, 추운 이리 죽어가니,
古 壁 彩 虯 金 帖 尾 (고 벽 채 규 금 첩 미) 옛 벽에 그려진 규룡, 금빛 꼬리를 뒤트네.
雨 工 騎 入 秋 潭 水 (우 공 기 입 추 담 수) 빗줄기는 말달리듯 가을 못물에 떨어지고,
百 年 老 鸮 成 木 魅 (백 년 노 효 성 목 매) 백년 묵은 올빼미는 나무귀신이 되었는지,
笑 聲 碧 火 巢 中 起 (소 성 벽 화 소 중 기) 웃는 소리가 벽그림속 새집에서 일어난다.
'소설 메모 > 공산만강 中' 카테고리의 다른 글
18 매화는 향기를 팔아 안락을 구하지 않는다 (0) | 2008.05.25 |
---|---|
12 화분의 꽃은 아무데나 뿌리내리지 않는다 (0) | 2008.05.25 |
10 우리 사랑의 삶이 죽음보다 짧더라도 (0) | 2008.05.25 |
8 한줌 모래알의 소상 (0) | 2008.05.25 |
「공산만강」(www.munpia.com의 천애(天涯)님 글)에서 인용 (0) | 2008.03.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