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약

[펌] 유학간다는 것은...

karmaflowing 2011. 6. 1. 15:30

http://eduhow.tistory.com/entry/나는-유학가도-될-놈일까

 

블로그 개편을 약속드리고 난 후 어떤 글로 다시 블로그를 새롭게 시작할까 고민을 했었습니다.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한다는 뜻에서, "초심"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제 스스로 유학을 결심하게 된 그 첫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유학을 시작할 당시 나의 초심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떠한지.... 저는 이제 3년, 오빠는 4년전 이야기가 되네요^^  


박사 과정의 후반부를 걷고 있는 유학생 두 사람이, 유학 준비의 첫 출발선에 서 계신 분들께

"내가 과연 유학을 해 낼 수 있는  사람인지" 를 가늠해 보실 수 있는 중요한 잣대

에 대한 저희의 생각을 말씀 드려 보고자 합니다. 

"대학원생의 삶", "유학생의 삶"의 가장 큰 특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아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저희는

불확실성

이라고 생각합니다.

(1) 우선 지원 과정에서 부터, 전 세계 다양한 학교, 다양한 학과 출신의 아이들과 경쟁하는데 대체 무슨 기준으로 누가 선발 되는건지 도통 알길이 없습니다.
해커스와 같은 게시판에 성공한 사람들의 스펙이 올라오긴 하지만, GRE, TOEFL 점수, 혹은 학점 만으로 선발하는 건 아니라는 반증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참고로 MIT 언어학과의 경우, GRE 성적 제출을 요구하지 조차 않았습니다.)
또한, 장학 지원을 1년 혹은 한 학기만 보장받고 오는 경우도 꽤 많이 있습니다. 이 경우는 다음 학기에 장학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으며, 이는 곧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 문제와 직결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슬픈 현실이지만, 미국 사립 대학의 엄청난 학비는 이미 잘 알고 계신 사실 일것입니다.)


(2) 대학원 생의 주 업무는 "연구" 입니다. 연구는 그 가치가 "세상에 알려 지지 않은 어떤 소중한 진리나 가치를 밝혀 내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 "연구" 그 자체가 누구도 모르는 진리를 찾아가는 것인지라, 불확실성을 기반합니다. 엄청난 시간과 공을 들여 세팅을 하고 실험을 하고 결과를 분석했지만, 원하는 결과가 안 나 올수도 있고, 그저 그런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출판이나 발표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사라지는 연구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을까요.
저 역시 어린 아이들 언어 습득 실험을 자주 하다보니, 예측불허의 일이 자꾸 일어나고, 실험을 열가지 정도 하면 그 중 하나 쯤 세상에 나올 수 있는 "발견"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공든 탑이 무너질 각오를 하고 덤벼야 하는 것이 연구인 것 같습니다.

(3)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 볼까요? 사실 입학 한다고 졸업하는 건 아니라는 것.. 많이 아실 것입니다. 실제로 도중 하차하는 유학생도 매우 많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특히나 석사를 하지 않고 학부에서 곧장 대학원으로 오는 경우, 그 분야에 대해 정확히 알수 있는 기회는 꽤 적습니다. 저는 석사를 마치고 왔음에도, 정말  석사때 내가 했던 공부와 박사 과정이 같은 전공일까 의문이 들 정도로 박사 과정에서 배우는 것은 새로운 배움이었습니다.
특정 전공을 너무나 잘 알고, 너무나 좋아서 지원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대학원에 와서야 이 분야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하는 것인지 깨닫게 됩니다. 그제서야
이 전공이 정말 내게 맞지 않는 분야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몇 해 전, 아는 친구가 논문을 쓰다가  박사 과정을 그만둔 일이 있었습니다. 그 학생은 박사 과정 4년 동안도 언어학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생각했는데,  논물을 쓰면서 이 학문을 하는 자신이 아주 행복하진 않다고 깨달아 떠난다고 하였습니다. 

(4) 영예롭게 학위를 따고 졸업을 했다고 하더라도, 진로 문제가 남아 있겠죠. 박사 학위는 결코 자격증이 아닌지라, 학위를 가졌다는 조건 만으로 무조건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학계에 남고자 하는 경우, 아무리 실력이 좋은 사람이라도 그해에 자리가 정말 하나도 나지 않으면 어쩔 수 없겠죠. 게다가 유학생이 진로 문제를 고민하는 시기는 이미 같은 나이의 친구들이 많은 경우 사회에 자리를 아주 굳건히 잡은 시기입니다. 남들 명퇴 할 때 박사는 취업한다는 농담도 있는 것 처럼, 주변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잘 잡고 사회에 이미 우뚝 선 친구들과 아직 갈길 조차 모르는 초라한 자신을 비교하기 시작하면 삶은 절망 일 뿐 일 것입니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유학이란 그 시작에서 부터 학위 취득 후 까지 불확실성의 덩어리 같이 보이네요. 삶에 공존하는 약간의 불확실성은 우리에게 도전 의식을 불러 일으키지만, 유학생이 감내해야 하는 불확실성은 좀 과도한 정도 인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모든 불확실성을 다 감내 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요? 다시 말해, 이 어마어마한 불확실성도 거뜬히, 흔쾌하게 감싸안으며 힘차게 유학생활을 성공적으로 해 낼 수 있는 저력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저희는 "그 학문, 혹은 내 연구에 대한 미친듯한 열정" 만이 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님의 요구, 외부의 기대, 혹은 성공해야겠다는 목적적 사고로는 유학생 삶의 불확실성이 너무 벅찹니다. 정말 누가 뭐라고 하든, 내가 좋아서, 아주 좋아 죽겠어서 한다면 누구도 못말리겠죠. "누구도 못말리는 일"이라고 믿어지는 일들, 예를 들면 사랑이랄까요?^^,  그 미친듯한 열정은 어떤 것도 다 감당할 수 있으니까요.


유학을 생각하시는 분들께 딱 한 가지만 자문해 보시라고 권장해 드리고 싶습니다.


유학생의 삶이란 이처럼 불확실성의 거대한 덩어리 입니다.


본업은 보통의 사람들이 제일 지겹다고 하는 공부이고


생활 조차 학교에서 받는 장학금으로 살아갈 경우 팍팍 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삶을 "참고 견디는 경우" 그 인내가 보장해 주는 것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내가 택한 학문을 진심으로 "재미있게, 너무 재미있어서 헤어나오지 못할 만큼 열정적으로" 할 자신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도전해 보실만한 일이 유학이라고 생각 합니다.


저희 두 사람이 아주 좋아하는 홍콩 과기대 컴퓨터 공학과 교수님이신 김성훈 교수님께서 블로그에 "박사를 한다는 것의 의미"를 포스팅 한적이 있으십니다. 현재 박사 과정 학생으로서 아주 맘에 와 닿은 글이었는데요,  링크 걸어 드릴테니 한 번 읽어 보세요. 강추! 

박사를 한다는 것은  (김성훈 교수님의 "소프트웨어 스토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