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국난>
나라가 어려울 때, 여성들은 특히 더 수난을 당하는 것 같다. 일부 성인군자들은 여자들이 사치를 좋아해 국산품을 쳐다보지도 않는
다고 비난한다. 무용이든 육감적이란 용어든 여성과 관련된 모든 것이 다 유죄다. 남자들은 모두 고행하는 스님이 되고, 여자들은 모두 수도원에라도 들어가야 나라의 어려움이 풀릴 수 있다는 것일까.
사실 국난은 결코 여성들만의 죄가 아니다. 여성들은 참으로 가엾은 존재이다. 사회제도가 여성들을 이런저런 것들의 노예로 만들었
고, 게다가 갖가지 죄명을 씌우려 하고 있다. 한(漢)나라 말엽에 당시 여인들의 눈썹이 가느다랗고 끝이 처진 것을 가리켜 이는 망국의 조짐이라고 했었다. 기실, 한 나라가 망한 것이 어찌 여자의 책임이랴! 여인의 몸치장을 가지고 탄식을 하며 불만을 느꼈던 것 하나만 봐도 그 당시 통치계급들이 얼마나 신통치 않았는지를 알 수 있다.
사치와 음탕은 사회 붕괴와 부패 현상 중의 하나일 뿐, 결코 근본 원인은 아니다. 사유 재산제 사회에서는 본래 여자를 사유재산으로
여기고, 상품으로 여긴다. 중국의 모든 종교들에는 희귀하고 괴상한 규칙들이 참 많은데, 한결같이 여자를 불길한 동물로 취급하며, 여자를 위협, 노예처럼 복종하게 한다. 현재 성인군자들은 여자들의 사치를 욕하고 얼굴을 찡그리면서 체통을 지키려 하고 잇다. 그러나 그들은 뒷구멍으로 여인의 육감적인 허벅지 문화를 감상하고 있다.
아랍의 옛 시인이 이런 말을 하였다. <지상의 천당은 성인의 경전과 말잔등, 그리고 여인의 가슴에 있다> 이 말은 참으로 솔직한 고
백이다.
이런저런 매춘은 항상 여자의 책임이다. 그러나 사고 파는 것은 상대가 있어야 한다. 사는 오입쟁이가 있기에 파는 창녀가 있는 것이
다. 그러기에 근본 문제는 여자를 사고 파는 사회에 있다. 이 근본이 여전히 존재하고, 여자를 사는 사람이 여전히 존재하는 한, 이른바 여성의 사치와 음탕은 결코 소멸될 수 없다.
남자가 재산의 주인일 때 여자는 단지 남자의 소유품에 불과하다. 아마 이 때문에 여자들이 재산을 아끼는 마음이 남자에 비해 비교
적 차이가 나고, 여자들이 흔히 <패가망신의 원수>로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더욱이 지금은 매음의 기회가 너무도 많고, 가정주부들도 자기 지위의 위기를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는 판국이다.
중화민국 초에, 듣자니 상해의 최신 유행은 기생에서 시작하여 첩의 무리들에게 전해지고, 다시 부인, 며느리, 딸들에게로 전해졌다
고 한다. 이들 <규방의 여인네>들은 대부분 자신도 모르는 새에 기생들과 경쟁하는 꼴이 되며, 그들도 몸치장에 온 힘을 쏟게 되고, 남자의 마음을 끄는 모든 것으로 치장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치장의 대가는 아주 톡톡히 치러진다. 물질적인 측면에서, 정신적인 측면에서…….
미국의 한 백만장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빨갱이가 겁나지 않는다. 우리 아내와 딸이 우리를 파산시킬 것이다. 빨갱이들이 몰수해 가기 전에」
그러나 중국에서는 노동자들의 세상이 때에 맞추어 올 성싶은 모양이다. 그러기에 상류층 남녀들이, 국산이건 아니건 이렇게 서둘러
낭비를 하고 돈을 쓰며 유쾌해 하는 것일 게다.그러나 그들은 입으로는 체통을 유지해야 한다고도 하고, 근검 절약해야 한다고 떠들고 있다.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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