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뿌리들>
1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고향>에서)
2
인간으로 태어나서 신선이 되려하거나, 지상에 살면서 하늘에 오르려 하거나, 현대인으로 현대의 공기를 마시면서도 기어이 썩어빠진 예교(禮敎)와 죽은 언어를 강요함으로써 현재를 모멸하는 자들은, 모두 현재를 도살하는 자들이다. 현재를 죽이는 것은 미래를 죽이는 일이다. 그런데 그 미래는 우리 후손들의 시대다. (<현재를 도살하는 자들> 중에서)
3
계급사회에 살면서 초계급적인 작가를 지향하고, 전투의 시대에 살면서 전투에서 이탈한 고립을 찾으며, 현재에 살면서 장래를 위한 작품을 쓰려는 그러한 인간들은, 기실 주관 환상에 젖어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것들은 현실 세계에서는 불가능한 일들이다. 이러한 인간이 되려하는 것은, 자기 손으로 자기 머리칼을 잡아당겨 지구를 떠나려 시도하는 것과 진배없는 것이다. (<제3종인> 중에서)
4
니체는 피로 쓴 책을 읽고 싶어하였다. 그러나 피로 쓰여진 문장이란 아마 없으리라. 글은 어차피 먹으로 쓴다. 피로 쓰여진 것은 핏자국일 뿐이다. 핏자국은, 물론 글보다 격정적이고, 보다 직접적이며 간명하긴 하다. 그러나 빛이 바래기 쉽고 지워지기 쉽다. 문학의 힘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어떻게 쓸 것인가> 중에서)
5
연합전선은 공동의 목적을 갖는 것이 필수적이다. 누군가 <반동파들 조차도 연합전선을 결성하였는데 우리는 아직도 단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들이 의식적으로 연합전선을 결성한 것은 아니다. 목적이 같아 행동이 일치한 것일 뿐이며, 그게 우리 쪽에서 보면 연합전선으로 보이는 것이다. 우리가 연합전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은, 목적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는 징표이다. 아니면 소집단의 목적이나, 극단적인 개인주의적 목적만을 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목적이 노동대중에 있다면, 전선은 당연히 통일될 것이다. (<좌익 작가연맹에 대한 의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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