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어린 말은 어떤 미사여구보다도 사람의 가슴에 와 닿는 것이다.
말하는 가운데 크고 맑은 두 눈에 물기가 맺힌 남영을 쳐다보던 남지상은 문득 자신의 어리석음이 깨달아졌다. 세상은 자기만이 고통을 당하는 것이 아니었다.
하늘아래 누가 하루를 아무 일 없이 마음 편히 보낼 수 있을 것인가?
'언제부턴가 언제부터인가?
자신이 이렇게 무책임하고 자기 연민 속에서 게을러진 것이...'
가만히 생각하니 무림맹의 비맹에 뽑힌 직후부터였다.
그때부터 자신이 무언가 남달라 보였고 특히 무한지단의 부단주이며 청룡비주인 천기중이라는 든든한 후광도 있었다.
나중 구음마검 마양동, 총단의 군사인 장유평이라는 본맹의 거목들도 알게 되었고 항상 자기 곁에 있어주던 금화영 또한 천외천인 신지의 사람이었다.
사부 또한 이미 이 세상의 사람은 아니었으나 마찬가지로 누구나 동경하고 두려워하던 천부의 사람이었다.
그때부터 오만함과 의탁심이 자신도 모르게 마음 속에 자리잡은 모양이었다.
결코 어느 것 하나 스스로 힘으로 이룩한 것이 아니었다.
주위 사람들의 어진 품성이 그대로 자기에게 아낌없이 베풀어진 것일 뿐 죽어 염라대왕 앞에서 자신이 한 공은 하나도 종이에 적어낼 내용이 없었다.
자기는 단지 그림자일 뿐이었다.
훌륭한 주위사람의 빛에 의하여 생기는 자기 주제를 모르는 못난 춤추는 그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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