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메모/검의 연가 中

60 빈 소라껍질은 파도소리를 기억하다

karmaflowing 2008. 5. 26. 00:05

"세상의 쾌락을 깊숙이 맛본 자가 눈앞의 쾌락을 거부하고 벗어날 수 있는 자가 과연 몇 명 있겠는가? 마음으로는 쾌락을 거부할 수 있을지언정 진정 육체가 쾌락에 길들어져 있을 때, 누가 감히 쾌락의 늪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금화영이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처음부터 세상의 육체적 쾌락에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지요. 물론 평범한 사람에게 있어 중용의 도는 어렵지만 쾌락에 물들지 않도록 노력해야죠. 당신의 말도 일리는 있어요.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의지를 믿고 감히 하늘과 자신 의지를 시험하여 쾌락에 빠져들지요. 언젠가 자신들이 원하기만 하면 그만 둘 수 있다고 잘못 착각하고..."

평소 조용하던 금화영이 말을 많이 하고 있었다.

그만큼 눈앞에 목격된 인비인 내의 환락의 장면이 충격이 된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어리석음이 결코 스스로를 망치지요. 육체가 맛본 쾌락은 본질적으로 중독성이 있고 갈수록 더욱 커다란 자극을 원하기 때문에 결국 그 쾌락의 늪에서 빠져 나올 수 없지요"

듣고 있던 눈앞의 짧은 아랫도리만 걸친 사도청뿐만 아니라 궁주 또한 내심 의외인 듯 내심 놀라는 눈빛이었다.

'이 아가씨는 어린 나이에 어떻게 그런 인생의 지혜를 알고 있는가?'

'역시 명가의 자제는 어릴 적부터 그렇게 교육되는 것인가?'

눈앞의 어린 아가씨는 단순히 말만 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가 하는 말에 대한 확신이 차 있었다. 금화영이 아직도 환각에 사로잡혀 있는 그녀 나이 또래의 눈앞의 반라의 어린 소녀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자기 자신만은 도박이나 아편 그리고 성적쾌락 등의 중독성에서 자유롭다 생각하는 자만큼 어리석은 자가 없죠.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유혹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지요"

사도청이 맞장구치며 대답했다.

"어린 소저의 말이 참으로 옳은 말이다. 소저를 보아하니 스승이나 그 집안 어른의 현명함이 직접 보지 않아도 알 것 같다.

나 또한 젊은 시절 마음의 상처를 받아 삶의 회의감에 빠져 있었지. 나중 한 표국에서 일하게 되며 기본적인 무공을 배웠고, 다시 상고의 비급을 우연히 얻어 강남무림에서 이름난 무인이 되었으나 무공이 강해졌다 하여 의지가 강해진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 무공과 정신이 꼭 비례할 수 있는가?

인간이란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가장 비참해지지. 인간은 적어도 자기 자신에게만은 존경을 받아야 하고, 하늘을 시험하면 안되듯이 섣불리 자기 자신도 시험하면 안되는 법이네"

덧붙여 사도청이 비탄조로 말했다.

"나는 이제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다. 이미 타락한 영육은 옛날로 돌아가는 것을 거부하고 있지. 그러나 시냇가의 모든 돌들은 나름대로의 사연을 안고 있으니 어린 소저는 나의 잘못된 인생을 부디 나무라지 말게."

금화영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사도청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사람은 쾌락으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지요. 그대도 이전에는 그 점을 잘 알고 있었으나 지금은 일부러 기억하지 않으려 하겠죠. 그러나 소라조개 껍질이 항상 바다의 기억을 가지고 있듯이 이전의 올바른 생각이 당신의 기억 한 모퉁이에 새겨져 있을 거에요.

소라조개 껍질은 언젠가 바닷물이 밀려들어올 때까지 공간이 비어 있는 한 바다를 기억하고 있죠. 빈 소라조개 껍질에 귀를 기울이면 누구나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나쁜 상념을 비우면 그대가 잃어버린 내면의 순수한 소리를 언젠가 들을 수 있을 겁니다."

금화영이 진지하게 답변했다.

"궁주님이 지적한 대로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은 결국은 세상의 강한 유혹에 이길 수는 없지요. 그래서 될 수 있는 한 유혹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지요. 사람이 의지로 모든 유혹을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될 때 벌써 유혹에 떨어진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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