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메모/검의 연가 中

52 세월의 파도

karmaflowing 2008. 5. 26. 00:04

여인은 꿈을 꾼다.

갯메꽃은 바닷가의 모래밭에 피어나는 꽃이었으나 여인은 이곳에 옮겨와 심었다.

연홍색으로 활짝 피어난 꽃은 아침에는 밝게 빛나고 오후에는 시들곤 했다.

유독 광택이 나서 밝은 햇살아래 눈이 부셨다.

여인은 갯메꽃을 볼 때마다 한 기억의 단편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물을 둘러 멘 어부가 허리가 굽은 노파에게 무언가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한 소녀가 햇살이 따가운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뛰어가고 있었다.

지난날의 애상哀想이여...

 

바닷가에 둘만의 성을 쌓자

나중 어둠에 집으로 돌아가도 파도에 씻겨가지 않을 모래성을...

수만 번 그대와 나는 성을 쌓았고 세월의 파도는 남김 없이 성을 허물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 갯메꽃 줄기만이 바닷가 모래밭에 남아 있으니

여기에 성이 있었음을 누가 기억할 수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