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돌아 간 자리에는 한 그루 버드나무만이 불어오는 밤바람에 가지를 날리우며 못다한 노래를 듣는 사람도 없이 외롭게 부르고 있었다.
'해가 지면 그림자 같이 사라지는 밝은 세상의 영웅이 되지 마라!
결코 모든 사람의 칭송을 한 몸에 받는 영웅이 되지 마라
차라리 세상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숨은 영웅이 되라
자기만이 알아주는 진실된 영웅이 되라
운명은 키를 가지고 왕겨를 까부는 심술궂은 방앗간의 노파와 같아
헛된 꿈에 영웅으로 나서는 자들을 가려 모아 빈껍질과 함께 타오르는 불 속으로 집어넣으니
내게 와서 참된 지혜를 배우라.
더운 여름 지친 나그네에게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내 부드러운 껍질을 벗겨 다친 사람의 상처를 치료하고
연약한 가지를 꺾어 주며 이별하는 연인의 슬픔을 오랜 세월 함께 해왔으나
세인들이 좋아하는 화려한 꽃도 매혹적인 향기도 없어 고래로 나를 칭송하는 사람들은 없어라
노류장화路柳墻花라 길가의 버드나무와 담장 밑의 들꽃과 같이 아무나 함부로 다루는 몸이지만
이제껏 나는 결코 불평하지 않고 그렇다고 열등감에 빠져 의기소침하지 않았으니
내게 와서 인생의 지혜를 배우라
모든 인생의 길가는 사람들은 결국 언젠가 내가 있는 이 곳 우물가로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오노니
멀리 방황하지 말고 가까운 곳에서 삶의 지혜를 찾아라
정말로 자기 자신의 진심어린 존경을 받을 수 있다면 그 사람만이 진정한 영웅이라 부를 수 있느니'
'소설 메모 > 검의 연가 中' 카테고리의 다른 글
71 나무는 상처를 감싸안아 옹이를 만든다 (0) | 2008.05.26 |
---|---|
69 꽃이 부끄러워 낯을 가리다 (0) | 2008.05.26 |
64 마음의 무게 (0) | 2008.05.26 |
62 해당화의 언덕 (0) | 2008.05.26 |
60 빈 소라껍질은 파도소리를 기억하다 (0) | 2008.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