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메모/느리게 흐르는 강 中

90 죽음으로의 여정

karmaflowing 2011. 8. 7. 14:06

마기의 해일이 덮치고 그 해일 속에서는 모두가 어두웠다.

단지 여인봉의 봉우리만이 공중에 뜬 모습으로 희미하게 보일 뿐이었다.

불빛 하나 없었다.

마치 어릴 적 꿈 백일몽 속의 공간과 같았다.

달아나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마의 바다의 영역!

억누를 수 없는 공포가 그들 사이에 엄습했다.

그때 갑자기 말발굽 소리와 수레 구르는 소리가 진동했다.

 

우두두두!

쿠르르릉!

 

군웅들이 놀래는 사이 말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굉음이 스쳐가는 곳은 말에 짓밟혀 누더기가 되었다.

 

"으아악!"

 

살과 뼈가 갈갈이 찢기고 야수의 이빨이 물어뜯은 양 여기저기 흩어졌다.

 

"무형파"

 

마교십대무공 중 무형파라는 음공 중 최고의 무공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고 형체도 없이 적을 죽이는 음공이다.

군웅들이 그 전설의 마공을 떠올린 것이다.

그런데 무형파는 이렇게 소리를 대동하고 난자질은 하지 않는 것이다.

 

"피해라"

 

마진 내에서 강기는 유형을 띄며 그 중 음파의 영역으로 나타타는 것이다.

살아남은 모두가 보이지 않은 지옥의 말이 끄는 전차를 맞아 싸웠다.

 

"으아악"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보이지 않는 말과 전차의 수는 줄어들지 않는데 살아남은 자들의 수가 급속도로 줄어 들고 있었다.

이정 역시 생전 듣도 보도 못한 현상에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마진 내에서는 무형이 유형을 띄는지 곁에 금의인의 모습 역시 생생하게 드러났다.

물론 이정의 심상이 만들어 낸 것이라 다른 이의 눈에는 이정의 몸에 금빛이 드리워져 보일 뿐이었다.

그래도 그 서기가 심상치 않아 주위의 이목을 당연히 받고 있었다.

금의에 금관 그리고 황금빛 넓은 요대를 허리에 두른 금의인이 목전의 상황을 흥미롭게 주시하더니 말했다.

 

"하하! 이런 기이한 기물은 천년 전에도 존재했지. 풍화차라는 흑마들이 끄는 불의 전차가 있었다. 그것이 천년을 뛰어넘어 다시 등장한 것이다. 단지 마진 내에서 형성되는 보이지 않는 진기의 집합체인지라 전차와 전차를 끄는 흑마들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차이뿐이지."

 

그가 이정을 돌아보며 말했다.

 

"풍화차는 네 아들인 나타 이무동이 처음 창작한 것으로 은과 주의 전쟁터를 휩쓸며 은의 병력을 무자비하게 무찔렀다."

 

역사서에 의하면 탁탑천황 이정은 세 아들 금타, 목타, 나타 중 세 번째 아들인 나타 이무동과 전쟁터에서 싸웠다.

나타 이무동은 천상의 사대천왕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으로 기술되며 봉생연의 등에서 전쟁의 신으로 일컬어진다.

갑자기 금의인의 두 눈빛에 적의가 일었다.

 

"처음 너는 은의 편이었고 공교롭게도 네 아들 이무동은 주의 무왕편이었다. 이무동은 나중 아비인 너와 싸우게 되지.

그런데 부끄럽게도 너는 아들인 이무동에게 패했다. 내가 먼길을 떠나 없는 사이였지.

네가 무기로 삼던 금탑은 산산조각 깨어지고, 너는 아들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그나마 주위의 탄원으로 목숨을 구함받고 주나라에 귀화한 것이다."

 

이정의 심정이 그 말에 나락으로 곤두박질했다.

믿으려하지 않아도 사실과 같이 느껴지며 마치 천 년 전의 일을 보고 있듯이 생생해지는 것이다.

그 순간 강렬한 금광이 금의인의 두 눈 속에 번뜩였다.

 

"하지만 이제 내가 함께 있으니 세월을 뛰어넘어 두 번 패배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이곳은 무릎을 꿇기에는 물이 흥건하고 차구나."

 

금의인이 전면을 주시하더니 냉랭하게 말했다.

 

"전차는 바퀴를 깨부수면 움직이지 못하지. 바퀴살 사이에 쇠붙이 하나만 집어넣어도 부숴지며 무너진다."

 

... (중략) ...

 

마진에서는 기는 유형을 띈다.

이정의 굳은 의지와 함께 그의 검이 점점 거대한 금검을 형성했다.

거검을 형성하는 장엄한 기운이 마치 하늘 끝까지 치솟을 듯했다.

곁에 있던 남영과 장의경이 그 기운의 장엄함에 몸을 피할 정도였다.

이정이 자신의 현능력으로서 궁극의 경지인 금의인과 일체 동화된 순간 거검이 지면에서 하늘을 뚫고 거대하게 솟아 오르는 것이다.

 

"이정! 조심해라"

 

장의경이 이정이 무엇을 할 지 짐작이 되는지라 염려가 되며 말했다.

이정의 눈빛이 빛나더니 어느새 금의인의 오연한 눈빛을 닮아 있었다.

행동거지도 금의인의 모습을 닮으니 장의경이 보기에 천상천하 유아독존으로 무림을 오연히 하는 생경한 절대자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정의 검이 어느 순간 창공의 절반을 가득 채우는 마안 중 하나를 향했다.

한순간 주위에 금광이 가득했다.

 

"콰앙"

 

미증유의 천지를 울리는 굉음과 함께 마안이 선혈과 같은 붉은 빛을 어두운 창공에 흘리더니 어느 순간 흩어졌다.

빛이 확하고 다시 칠흙같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창공에 마면이 다시 생겼으나 두 개의 눈동자만 존재했다.

세 개 중 하나가 소멸된 것이다.

하지만 이정의 곁에 있던 금검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중략)...

 

미처 운기조차 안 된 상태에서 금의인은 또한 나타나지 않았다.

천상에서 대신 그를 부르는 중후한 목소리가 있었다.

 

"영원한 안식의 나라로 오라. 네가 찾는 천검이 이곳에 있으니 어찌 현세에서 구하는가"

 

"이정"

 

곁에서 누군가 염려하며 초조하게 부르는 소리가 있었다.

 

'장소저?'

 

그가 장의경이 그를 안고 쓰러져 있는 것을 알았으나 의식이 가물거리고 있었다.

그 절박한 순간 그가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무상검은 그가 강할 때만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주인이 아니고 먼 곳에서 온 손님인 것이다.

그래서 무정검이다.

약한 주인을 떠나는 것이다.

그래서 완전한 것은 아닌 것이다.

일대일로 지지 않은 강함은 주인의 기력을 흡수하고 존재하는 것이다.

천 년 전 사움에서도 이정이 자식에게 진 이유는 자식을 죽일 수 없는 것이다.

어떻게 아비로서 자신의 생명보다 소중한 아들을 죽일 수 있을 것인가?

잔인한 은왕은 그로 하여금 세 자식을 모두 죽이라고 명령한 것이다.

무상검은 그래서 무정하지 못하여 탁탑천왕이라는 위대한 영명을 더럽힌 그를 버리고 떠났다.

이정이 비로소 마음이 편해졌다.

이제껏 열심히 살아온 것이다.

단지 의식의 끈을 놓는 마지막 순간 혼자남은 장의경과 백화장원의 장래가 걱정되고, 생사여부가 마찬가지로 불명확한 악현상의 안위가 염려스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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