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무련주는 아침 우리에게 숙제를 내었다.
그가 이곳에 새벽부터 혼자만의 힘만으로 20개의 탑을 세운 것이다. 그리고 그 탑들을 영웅탑이라 불렀다.
영웅탑은 시간의 탑이며 곧 과거와 현재에 걸쳐 표지가 되는 것으로 시간의 비밀을 아는 자만이 이를 깨뜨릴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해질 무렵까지에 그가 세워놓은 탑을 무너뜨릴 수 있는 자만이 자신의 적수로 인정하고 대결을 하겠다고 호언했다."
"탑림은 순전히 천무련주의 공력이 운집되어 세워진 것이다. 돌 역시 단순하지 않으니 구천오강의 자히에서만 나는 만년석들이라 강철보다 강하여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
...(중략)...
이정이 자신도 모르게 탑을 올려 보았다.
탑은 굳건하다.
그런데 갑자기 탑이 커졌다.
치솟아 하늘을 닿을 듯했다.
이정이 위압감을 느꼈다.
그가 한어르신의 경고를 아는지라 급히 시선을 돌리며 격동되는 심정을 추스렸다.
그런데 그때 그의 옆에 누군가 있어 말했다.
"이정! 저 탑은 네가 천년 전 탁탑천왕으로서 들고 다니던 바로 그 보탑이다. 시간의 탑이라 하지. 무엇을 두려워 하느냐"
목소리는 흥분으로 계속 이어졌다.
"시간의 탑은 의식의 거울로 허문다.
네가 힘들고 바쁜 것은 탑이 네 시간을 훔친 것이다.
네가 현실에 불만을 느끼는 것도 시간의 탑 때문이다.
오직 의식의 거울만으로 없앨 수 있다.
인간에게는 거울이 있지. 현상을 바로 느끼고 아파하고 따라할 수 있는 힘이지.
탑의 본질을 느껴라. 탑은 네가 함께 있길 원한다.
단지 거울은 집착할 수가 없는 것에 주의하라.
네가 거울 앞에 서 있다.
이것이 무착, 곧 무상유식(無相有識)이다. 네가 거기 있으면 거기 있는 것이고 떠나면 그 곳에 거울만이 있고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바로 무상검이었다.
무상검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이정이 내심 반갑지 않았으나 무상검이 하는 그 말을 궁금해 했다.
무상검이 다시 말했다.
"인간에게는 타고난 능력이 있으니 거울의식, 인간은 다른 생명체들과 달리 타 대상과 똑같이 아파하고 따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무한한 시간, 곧 무상도 인간은 그렇게 거울의식을 통해 짧은 시간에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네가 천검을 얻으려면 무상검인 나를 극복해야 하듯이.
시간의 탑은 네 것인데 왜 가지지 않느냐?"
이정이 아무도 주시하지 않는 사이에 탑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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