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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학문론

karmaflowing 2011. 11. 19. 14:30

 

동아시아 학문론은 우선 윤리적 주체와 지식을 분리하지 않는다. 주체는 지식 속에 내면화되며, 지식은 주체의 한 역동적 과정이다.

그래서 안과 밖, 몸과 마음이 통일적으로 이해된다. 더 나아가 천지만물과 우주는 인간의 '몸-마음'과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그러므로 동아시아 학문론에서 지식은 죽은 지식일 수 없으며, 윤리적 주체의 심신(心身)과는 물론이려니와, 천지만물의 역동적 움직임과 살아있는 연관을 맺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점에서 '체득(體得)', 곧 몸으로 깨닫는 것이 중시된다. 몸으로 깨닫는 것은 동시에 마음으로 깨닫는 것이다. 마음으로 깨닫는다는 것은, 그저 지식을 대상화하여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지식과 윤리적 주체를 통합함을 의미한다. 이것이 이른바 공부의 '활법(活法)'이다.

그러므로 동아시아 학문론에서 말하는 학문이란 좁은 의미의 학문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공부 일반'을 가리키는 아주 포괄적

인 말이다. 오늘날의 맥락에서 본다면 그것은 전문 학자만의 전유물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아동과 청소년, 장년과 노인 등 남녀노소가 자신의 인간적 완성을 위해 삶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하는 행위 일반을 가리키는 말로 발전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동아시아 학문론에서는 삶의 과정 그 자체가 바로 공부의 과정이며, 삶과 공부는 별개의 것으로 분리되지 않는다. 이 점에서 일상생활의 언행을 비롯하여 세상을 살아가는 자세, 독서의 방법, 글쓰기의 원리, 마음을 다스리는 법, 몸가짐, 벗을 사귀는 법, 사물을 궁구(窮究)하는 법 등 세계와 우주 내의 모든 일이 공부의 대상이자 공부의 과정이다. 특별히 전문적이거나 고상한 어떤 영역만이 공부의 대상은 아니다.

이런 견지에서 보면 공부란 특별한 것이거나 억지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며, 살아있는 동안 끊임없이 해나가면서 그것을 통해 자신의

인격을 향상시키고, 세상을 밝히며, 인간과 우주의 도(道)를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이 책의 제목에서 굳이 '학문'이라는 말을 피하고 '공부'라는 말을 쓴 까닭이 여기에 있다.

 

- 『선인들의 공부법』머리말 (박희병)

 

목  차

 

●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 공자

● 천하를 다스리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그 몸을 다스린다 - 『대학』,『 중용』

● 학문이란 안에서 찾는 것이다 - 정자

● 공부하는 사람은 기(氣)가 가벼워서는 안 된다 - 장자

● 공부는 닭이 알을 품는 것과 같다 - 주자

● 스스로 깨닫는 것은 일당백(一當百)의 공부가 된다 - 왕양명

● 학문하는 것은 거울을 닦는 데 비유할 수 있다 - 이황

● 공부하면 성인이 될 수 있다 - 서경덕

● 경(敬)은 학문의 시작이요 끝이다 - 조식

● 공부를 하지 않으면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 없다 - 이이

● 훌륭한 스승을 만나려면 묻기를 좋아해야 한다 - 이익

● 큰 의심이 없는 자는 큰 깨달음이 없다 - 홍대용

● 선비가 독서를 하면 그 은택이 천하에 미친다 - 박지원

● 학문은 천하의 공변된 것이다 - 정약용

● 글쓰기는 자신을 속이지 않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 김정희

● 상등의 학문은 기(氣)로 듣는다 - 최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