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http://eduhow.tistory.com/entry/공부-하는-박사-공부도-하는-박사
꼭 3년전 이맘 때, 이 낯선 땅에서 박사 과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제는 또 다시 시작되는 2011년 가을, 새 학기 준비를 위해 이것 저것 정리를 하다가, 3년전 박사 과정을 시작하던 첫 날의 일기를 발견했습니다. 우선은 내게 익숙한 사람들, 땅, 문화-심지어는 언어 마저도 모두 버리고 비장한 각오로 미국에 왔다는 생각과, 학위를 서열로 세우자면 가장 높은 단계에 있는 '박사' 과정을 시작한다는 야망이 "5년은 죽었다 생각하고 한번 미친듯 공부만 해 보자"라는 생각을 불태웠고, 꽤나 굵은 글씨로 한 젋은이의 이런 야심찬 각오가 일기장에 또박또박 적혀 있었습니다.
지금도 학기가 시작될 때 마다 한 학기 동안 나를 불살라 보리라는 야망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늘 한 학기를 마치면 아쉬움이 남는 법. 때문에 그 다음 학기가 되면 이전 학기의 아쉬움을 바탕으로 더 성실히, 더 많이, 더 열정적으로 살아가기를 희망하고 각오 합니다. 마치 고교 시절 덜 자고, 더 많은 모의 고사를 풀고, 안 놀고 '온 종일 공부하는 기계'로 스스로를 만들었을 때 찾아오는 그런 희열을 맛보기 위한 각오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에서의 박사 과정이라는 것은 초.중.고-혹은 학부 과정까지 포함하여- 앞선 과정들과 많은 차이가 있음을 서서히 깨달아 갑니다. 우선, 대부분 우리가 이곳에서 박사 과정을 밟아 갈 때는 삶을 온전히 스스로 꾸려가야 합니다. 식사 준비.청소 부터 각종 관청 업무며, 집을 계약하거나 가구를 사는것 까지 모든 생활을 스스로 해야 하는 입장 입니다. 가정을 이룬 분들도 꽤 많이 있습니다. 저희도 약혼을 하고 같이 살아가면서 '가정'을 꾸려나가기 때문에, 학생 이외의 가정에서의 역할이 주어지게 됩니다. 아기가 있는 가정의 박사과정 학생이라면 엄마. 아빠로서의 역할까지 맡게 되겠죠.
그렇기 때문에 "공부만 한다"는 목표는 사실상 현실성이 없어 보입니다. 만일 한국사회가 우리에게 요구했듯이, "공부만 하는 학생"이라는 신분에 너무도 익숙해져서, 하루 온 종일 공부만 해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모범생이라면, 이러한 삶의 복잡성에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상과의 큰 괴리를 끊임없이 보여주는 복잡한 삶은 만족스러울수도 없겠죠.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한국 학생들은 "복잡성" 을 마주했을 때 "복잡성을 삶에서 잘라낼 수 있는 방법"들을 찾습니다. 쉽게 말해, 요리하는데 공부할 시간을 쓰느니 간편하게 사 먹고, 가끔 보스톤코리아라는 한인 웹싸이트에는 박사 과정 학생이 청소해 주실 분이나 밑반찬 만들어 주실분 찾는다는 광고도 올라 온답니다. 주말에도 많은 한국 학생들이 다른 일을 더 만들지 않고, 연구실에 나와 성실히 연구를 합니다. 예전에 어느 교수님께서 주말에 학교에 나오시면 꼭 아시안 스쿨 같다고 농담삼아 말씀 하신적도 있습니다. 즉, 공부하는데 최대한의 에너지를 쓰기 위해 삶의 다른 영역들은 최소화하는 전략(?)을 선택하게 됩니다. 즉 "공부만 하는 박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살아 갑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만나는 외국 학생들은 우리와 삶을 받아 들이는 시각이 매우 다릅니다. 그들에게 공부 이외의 것들은 삶을 복잡하게 만드는 방해 요인이 아니라, 삶의 요소들로 여겨 집니다. 한 인간으로서, 혹은 성인으로서, 가정을 꾸리고, 집안 일을 하고, 아기를 키우는 것을 자연스럽고 담담하게 받아 들이는 듯 합니다. 그들이 그것때문에 공부를 못한다는 스트레스 받으며 살아가는 것 같아 보이진 않습니다. 그런 것들도 공부와 더불어 삶의 요소들로 받아 들입니다. 공부도 성실히 하면서, 열심히 제 손으로들 음식도 만들어 먹고, 나무를 잘라다 와서 가구를 직접 만들기도 하고, 밭을 가꾸며 채소도 재배해 먹고, 주말에 즐기는 취미들도 하나쯤은 다 가지고 있어 산으로 들로 나가 기분도 내고, 그렇게 살아 갑니다. 그들은 열심히 공부 하지만 공부만 하지도 않고 그러길 원하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즉 제 눈에 그들은 "공부도 하는 박사" 로 보입니다.
무엇이 더 올바른 삶의 방식이라고 제가 감히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개인마다 어떤 삶의 형태가 더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주는지도 다를것이며, 어떤 삶을 살았을때 더 행복한지도 많이 다를 것 입니다. 그러나 끊임없이 찾아 드는 삶의 복잡성때문에 "공부만 하는 박사"가 되고자 하는 꿈이 좌절되었을때 찾아오는 우울함에 힘들어 하는 한국 학생들이 많다는 건 슬픈 일이 아닐까요. 얼굴엔 웃음도 없고, 걸음엔 활기도 없고, 가장 연구실에 오래 앉아 있지만 크게 행복해 보이진 않은 그 모습....
우리는 이 낯선곳에 '공부하러' 온 것임이 확실 합니다. 그러나 충분한 나이의 성인으로서, 외국에 사는 삶에서 겪게 되는 복잡성을 자연스레 받아 들이며, 더 행복하게 공부하는 박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공부도 즐겁게 하는 박사.... 그삶은 참 행복하지 않을까요.
지금도 학기가 시작될 때 마다 한 학기 동안 나를 불살라 보리라는 야망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늘 한 학기를 마치면 아쉬움이 남는 법. 때문에 그 다음 학기가 되면 이전 학기의 아쉬움을 바탕으로 더 성실히, 더 많이, 더 열정적으로 살아가기를 희망하고 각오 합니다. 마치 고교 시절 덜 자고, 더 많은 모의 고사를 풀고, 안 놀고 '온 종일 공부하는 기계'로 스스로를 만들었을 때 찾아오는 그런 희열을 맛보기 위한 각오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에서의 박사 과정이라는 것은 초.중.고-혹은 학부 과정까지 포함하여- 앞선 과정들과 많은 차이가 있음을 서서히 깨달아 갑니다. 우선, 대부분 우리가 이곳에서 박사 과정을 밟아 갈 때는 삶을 온전히 스스로 꾸려가야 합니다. 식사 준비.청소 부터 각종 관청 업무며, 집을 계약하거나 가구를 사는것 까지 모든 생활을 스스로 해야 하는 입장 입니다. 가정을 이룬 분들도 꽤 많이 있습니다. 저희도 약혼을 하고 같이 살아가면서 '가정'을 꾸려나가기 때문에, 학생 이외의 가정에서의 역할이 주어지게 됩니다. 아기가 있는 가정의 박사과정 학생이라면 엄마. 아빠로서의 역할까지 맡게 되겠죠.
그렇기 때문에 "공부만 한다"는 목표는 사실상 현실성이 없어 보입니다. 만일 한국사회가 우리에게 요구했듯이, "공부만 하는 학생"이라는 신분에 너무도 익숙해져서, 하루 온 종일 공부만 해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모범생이라면, 이러한 삶의 복잡성에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상과의 큰 괴리를 끊임없이 보여주는 복잡한 삶은 만족스러울수도 없겠죠.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한국 학생들은 "복잡성" 을 마주했을 때 "복잡성을 삶에서 잘라낼 수 있는 방법"들을 찾습니다. 쉽게 말해, 요리하는데 공부할 시간을 쓰느니 간편하게 사 먹고, 가끔 보스톤코리아라는 한인 웹싸이트에는 박사 과정 학생이 청소해 주실 분이나 밑반찬 만들어 주실분 찾는다는 광고도 올라 온답니다. 주말에도 많은 한국 학생들이 다른 일을 더 만들지 않고, 연구실에 나와 성실히 연구를 합니다. 예전에 어느 교수님께서 주말에 학교에 나오시면 꼭 아시안 스쿨 같다고 농담삼아 말씀 하신적도 있습니다. 즉, 공부하는데 최대한의 에너지를 쓰기 위해 삶의 다른 영역들은 최소화하는 전략(?)을 선택하게 됩니다. 즉 "공부만 하는 박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살아 갑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만나는 외국 학생들은 우리와 삶을 받아 들이는 시각이 매우 다릅니다. 그들에게 공부 이외의 것들은 삶을 복잡하게 만드는 방해 요인이 아니라, 삶의 요소들로 여겨 집니다. 한 인간으로서, 혹은 성인으로서, 가정을 꾸리고, 집안 일을 하고, 아기를 키우는 것을 자연스럽고 담담하게 받아 들이는 듯 합니다. 그들이 그것때문에 공부를 못한다는 스트레스 받으며 살아가는 것 같아 보이진 않습니다. 그런 것들도 공부와 더불어 삶의 요소들로 받아 들입니다. 공부도 성실히 하면서, 열심히 제 손으로들 음식도 만들어 먹고, 나무를 잘라다 와서 가구를 직접 만들기도 하고, 밭을 가꾸며 채소도 재배해 먹고, 주말에 즐기는 취미들도 하나쯤은 다 가지고 있어 산으로 들로 나가 기분도 내고, 그렇게 살아 갑니다. 그들은 열심히 공부 하지만 공부만 하지도 않고 그러길 원하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즉 제 눈에 그들은 "공부도 하는 박사" 로 보입니다.
무엇이 더 올바른 삶의 방식이라고 제가 감히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개인마다 어떤 삶의 형태가 더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주는지도 다를것이며, 어떤 삶을 살았을때 더 행복한지도 많이 다를 것 입니다. 그러나 끊임없이 찾아 드는 삶의 복잡성때문에 "공부만 하는 박사"가 되고자 하는 꿈이 좌절되었을때 찾아오는 우울함에 힘들어 하는 한국 학생들이 많다는 건 슬픈 일이 아닐까요. 얼굴엔 웃음도 없고, 걸음엔 활기도 없고, 가장 연구실에 오래 앉아 있지만 크게 행복해 보이진 않은 그 모습....
우리는 이 낯선곳에 '공부하러' 온 것임이 확실 합니다. 그러나 충분한 나이의 성인으로서, 외국에 사는 삶에서 겪게 되는 복잡성을 자연스레 받아 들이며, 더 행복하게 공부하는 박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공부도 즐겁게 하는 박사.... 그삶은 참 행복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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