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약

[펌] 앉아 있는 시간과 연구 성과의 비례 관계는?

karmaflowing 2011. 12. 18. 14:59

펌: http://eduhow.tistory.com/entry/앉아-있는-시간과-연구-성과의-비례-관계

 

유독 저만 그런걸까요? 박사 과정 공부를 하면서 오히려 학창시절의 '미친' 집중력이 발휘되지 못하고 있음을 수 차례 느꼈습니다. 그 당시는 빈틈 없이 꽉 짜여진 계획표에 맞추어 전과목 섭렵에 열을 올렸죠. 초등학교 시절의 과목 열거 법조차 아직도 잊혀지지 않네요; 국.산.사.자.음.미.도.체 (제가 학교 다닐 당시 초등학교 8과목 중간/기말 고사 과목이었답니다 ^^)
고등학교때는 열 다섯이 넘는 전 과목을 다 외워 매번 시험을 치뤄 냈다는 것이 지금 생각해도 참 신통방통합니다. 

그런데 그 당시 보다 더 어른이 되었고,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있음에도 왜 예전에 비해 집중력이 떨어지는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어 저질 체력이 되었는지도 의심해 보고, 머리 속을 복잡하게 채우는 잡다한 관심사가 많아 졌는지도 생각해 보고, 공부에 흥미가 떨어졌는지도 심각하게 고민해 봅니다.

분명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재미있고, 새로운 발견들에 설레고, 체력도 미국와서 (대다수가 그러하듯 ^^) 상당히 육덕해진 탓에 예전보다 나아진 것 같은데, 이상하게 저는 쉬이 지치고 책상에 앉아는 있으나 생산성이 매우 저조한 순간이 많이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관심있는게 있어서 네이버 뉴스나 페이스북.트위터를 서성이는 것이 아니라, 생산성이 떨어지는 지리한 시간을 죽이기 위한 방법으로 소설 네트워크를 두리번거리고 다니는 스스로를 발견합니다. 웹서핑의 매력은 아무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손가락을 터치패드에 죽죽 그어대는 것 이외에는-, 지극히 수동적인 자세로 이것저것을 구경하고 즐길 수 있는데 있으니까요.

그럼 왜 박사 과정 공부를 하면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날이 많았을까요? 왜 "완전히 망했다" 싶은 날이 종종 나타났던 것일까요? 제 생각으로는 연구리듬을 제대로 타지 못해서 인것 같습니다. 수 많은 과목을 전체적으로 두루 두루 아울러야 했던 학창 시절의 공부와 달리, 박사 과정의 연구는, 딱 한 분야, 그 안에서도 딱 한 토픽, 또 그 안에서도 아주 아주 작은 한 현상에 대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 혹은 평생을 받치는 것이 "연구" 인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대강 외우면 다음, 또 그다음 과목으로 넘어갈 수 있었던 예전의 공부에 비해 지리하고 단순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 입니다. 현재 4학년 1학기인 저는 1학년 2학기때부터 시작한 연구 하나를 아직 못마치고 있습니다. 솔직히 그 연구 페이퍼만 보면 이제 좀 지겨워서 더 수정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잘 생기지 않는답니다.

연구 '하나'를 '장기전'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때론 지리하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순간이 많이 찾아 온다면, 이런 연구 리듬 속에서 늘 생산성 있게 깨어 있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제가 요즘 실천 해 보고 있는 아주 간단한 방법은 리듬이 끊기거나, 좀 지친다 싶으면 곧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것입니다. 늘 연구실 제 자리에 앉아, 연구가 되든 안되든 엉덩이 사이즈만 늘리고 있던 예전의 패턴과 달리 시도해본 변화입니다. 자리에 박차고 일어나 (a) 공부를 할 수 있는 장소를 도서관, 카페, 라운지 등으로 옮기거나 (b) 옷을 갈아 입고 건물 1층에 있는 gym 으로 가서 짧게라도 땀을 빼고 오거나 (c) 단 15분이라도 찰스강변 산책로로 나가서 시원한 공기를 쐬고 오거나 (d) 연구의 활동 자체를 전환해 줍니다 (페이퍼를 읽다가 지쳤다면 쓰기로 바꿔 보고, 쓰다 지쳤다면 읽고, 혼자 읽거나 쓰는것 자체에 지쳤다면 친구를 괴롭혀 토론을 하고, 혹은 실험실에 들어가 실험해놓은 자료를 분석 합니다.)

지친다고 가만히 앉아서 웹 서핑을 할 때보다 훨씬 생산성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너무 간단한 방법이라 이렇게 쓰기 조차 민망하지만, 오직 하나만을 들고 파기 때문에 자칫 지겨워 질 수 있는 박사 과정의 연구하는 일상을 "수동적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역동적인 활동으로 지치는 순간들을 채워 간다면" 더 생산적인 일과를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각종 분야에서 진지하게 연구하시는 박사분들, 우리 모두 오늘 하루도 활기차게 시작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