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메모/검의 연가 中

13 벚꽃이 떨어지고 화선花船도 볼 수 없으니

karmaflowing 2008. 5. 26. 00:00

밤바람에 불어오는 희고 작은 계수나무 꽃들도 사람들의 마음을 취하게 하고 있었다.

취흥이 돌은 남의원이 노래를 흥얼거렸다.

"인생은 짧지도 않고 그렇다고 길지도 않다.

모두가 칼끝 위의 인생, 햇살이 나면 사라지는 이슬 같은 생활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과 같으니..."

그 때 숙모가 웃으면서 중간에 노래를 중지시켰다.

"그만두세요. 기쁜 날에 무슨 그런 청승맞은 노래에요"

그리고는 옆자리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금화영을 돌아보았다.

"금소저, 소저가 한번 불러주겠어요. 이 자리에서 노래다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소저밖에 없을 듯 하니..."

그 말에 두 취한 남정네도 그녀에게 노래를 부탁했고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벌써 박수부터 쳤다.

금화영이 처음에는 사양하다가 결국 모두의 강권에 못 이겨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

억지로 몇 모금 들이킨 술에 조금은 취한 그녀의 맑은 목소리가 고요한 밤중에 울려 퍼졌고, 노랫소리는 창가를 벗어나 옆집 무관의 숙소에서 잠 못 이루고 있던 젊은 관원들의 귀에까지 흘러 들어갔다.

괜히 노래를 시키는 바람에 그녀에 대한 남지상의 경쟁자들만 불어나게 되었다.

마침 고개를 숙이고 지나가던 한 행인이 청아한 노랫소리에 가던 길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며 듣고 있었다.

"형주에 있는 나의 집 뜰 앞마당에는

한 그루의 벚나무가 서 있으니

마치 나의 사랑하는 여인과 같아

맑은 날에는 그녀의 해맑은 얼굴인양

가지의 푸른 어린잎까지 선명하고

안개가 짙게 낀 흐린 날은 마치 웅크린 모습으로 서서

돌아오지 않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다

 

오늘 이렇게 제비가 낮게 날고

대낮부터 날이 어두워지니

길 떠나는 그대여 나의 집 앞을 지나게 되면

들러서 말을 전해주려무나

이 곳 새북塞北은 이미 벚꽃이 떨어지고

화선花船도 볼 수 없으니

돌아오는 봄날은 옛날과 같이

머리에 꽃을 꽂고

나의 집 창가에 기대어 앉아

봄밤을 뜬눈으로 지새우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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