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메모/검의 연가 中

22 내 마음의 노래

karmaflowing 2008. 5. 26. 00:01

그 때 갑자기 비파의 애잔한 선율이 1층에서부터 들려오기 시작했다.

내려다보니 청의를 입고 머리를 길게 등 뒤로 흘러내린 가냘픈 여인이 비파를 타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여인의 목소리가 맑아 노랫소리가 사람들의 이야기의 소음 속에서도 귀가에 생생하게 들려오는 것이었다.

"나는 어릴 적 부잣집의 장녀로 태어났다.

바로 밑의 남동생은 일찍이 군에 끌려가 전쟁터에서 죽어버렸고

꽃다운 여동생은 어느 봄날 돌림병으로 역시 저 세상으로 가고 말았다.

그 후 세월이 어느덧 흘러 점점 가세는 기울어졌고

자주 찾아오던 사람들의 발걸음도 끊겼다.

나도 나이가 찼고 할 수 없이 늙으신 부모님을 뒤로 하고 멀리 하청으로 시집을 갔었다.

신랑은 상인이었고 장사를 하러 가면 몇 달을 돌아오지 않았다.

나이든 남자의 관심은 사랑보다도 오히려 부귀와 명예를 더욱 챙기는 법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 또한 객지에서 강도에게 죽음을 당했고

슬하에 자식이 없던 나는 출가외인이나 다시 고향의 부모 밑으로 돌아왔었다.

그러나 부모 또한 한 분씩 세상을 떠나고 나니

문득 오늘날 사방을 돌아보니 옛 성어인 사고무친四顧無親이 바로 나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지금 홀로 쓸쓸히 하란강에 배를 띄우고 비파를 타고 있으니

외로운 달빛은 수면에 내려와 둥글게 배를 감싸고

밤하늘에 슬피 우는 기러기는

긴 그림자를 나의 치마폭에 새겨 놓는다.

집에 돌아가 누가 왜 치마폭이 젖어 있느냐고 물으면

그것은 나의 눈물이 아니고 밤이슬 때문이라 대답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