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메모/느리게 흐르는 강 中

97 삼불해의 장

karmaflowing 2011. 8. 7. 15:02

"과거 문수보살이 무착에게 노인의 모습으로 나타나 설파하기를, 7층석탑보다 한순간의 조용한 좌선이 귀중하다 했소. 탑은 먼지로 돌아가나 일념의 청정한 마음은 깨달음을 얻는다 했고. 그 말이 지금 목전에서 실현되었으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오."

 

그런데 이렇게 모든 이들이 생사일전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해 감탄하고 있는데 본인인 이정은 기색이 엄엄했다.

일단 위험한 상황은 넘겼으나 악현상과 장의경이 그를 돌보고 있었다.

이정의 의식 속에서 무상검이 이정에게 말했다.

 

"이정, 미안하다. 보탑이 천년 전과는 달리 동료들을 데리고 있다.

그것부터 끊었어야 했는데 내 불찰이다. 아무튼 너는 나를 모두 배웠다. 어쩜 현세에 너에게서 천검을 볼 수도 있겠구나.

너는 나의 모든 것을 가졌다.

무상검, 시간의 비밀은 모두에게 시간이 똑같지 않다는 것이니 하루에 한 일이 백년 천년을 이루어 할 일이면 곧 백년 천년을 살게 되는 것이니 무상검의 요체는 바로 이것이라.

무상은 결코 허무가 아니니 인간은 매일 많은 생명을 죽여 그 댓가로 생명을 영위하며, 인체는 끊임없이 심장이 뛰고 폐도 한시도 가만 있지 않고 호흡을 한다. 시간을 감사하며 지혜롭게 쓰라. 삶을 숭고히 경건하게 살아라.

이제 나는 떠날 것이다.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이며 또 다시 천년 후 네 후손 대에 다시 볼 것이다."

 

"그 동안 고마웠소"

 

거울이 비워지고 이정이 거울 앞을 떠나니 거울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이정이 잠시 깨어났다.

눈앞에 걱정스런 한선생, 그리고 장의경 악현상의 걱정스런 모습이 있었다.

그에게 현재 모두 소중한 이들이었다.

이들이 모두 무상검의 현세의 모습이구나 하며 생각하더니

그가 기력을 다한지라 다시 잠에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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