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이었다.
장평이 일찍 일어나 소축 문을 열고 나오니 아직 새벽이었다.
누구도 깨어나지 않은 해뜨기 전 늦은 이월의 새벽 공기는 차가웠다.
새벽은 무거운 푸른빛으로 가라앉아 있었고 아무도 밟지 않은 대지는 희미한 달빛을 받아 흰색으로 드러나 있었다.
장평이 소축 옆의 오래된 매화나무 아래 서니 주위에는 바람과 별과 흙과 나무를 포함한 자연과 자신만이 전부였다.
그가 그 자리에 선 채 몸을 이완시키며 평소 공산에서와 같이 운기행공을 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그가 서 있는 상태로 마치 머리 위 공중에서 내려다보듯이 그 자신의 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의식을 다시 그의 몸을 지나 먼산을 쳐다보고 밤하늘 창공 멀리 새벽별을 보고 있었다.
'관조(觀照)!'
참된 지혜로 사물의 이치를 비추어 보다!
인간은 의식이 없는 가운데 평생 깨닫지 못하고 살다가 미몽 속에서 죽어간다.
그러나 그 중 깨어있는 자가 있어 미몽 속에서 벗어나 의식을 가지게 되고 나중 관조에 이르면 최종적으로 각성의 길로 들어선다.
각성에는 너도 나도 존재하지 않으며 각성으로 이끌어준 의식의 관조자조차도 마침내 사라진다.
지금 장평은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마치 남을 바라보듯 지켜보는 그런 관조 상태로 들어있었다.
그리고 다음 단계인 각성과의 사이에 있는 마지막 장벽이 무너지며 그의 몸이 조금은 떨고 있었다.
그때 그러한 중요한 순간을 깨우는 것이 있었다.
'깨어나라!'
주위 공기의 파동이 갑자기 흐트러지고 그와 동화하고 있던 풀과 나무와 깊은 연못의 침묵이 어긋나며 그에게 급히 깨어나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중략)
한편 장평은 언제부터인가 내력을 운용하지 않고 생활햇다.
사부는 생전에 말했다.
"너는 평소에는 공력을 버리고 생활해라. 강자는 약자만이 볼 수 있는 사물의 귀중한 일면을 놓치고 결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평소에는 내력을 거두고 생활했다.
그러하기에 그의 육체는 언덕길을 걷는 것을 평지를 걷는 것보다 힘들어했고 여름은 더웠고 눈오는 겨울은 추웠다.
마음을 두고 무상(無狀)은 무한상(無限狀)이라고 했다.
모양도 없으면서 동시에 무한 가지의 모양이 있으니 마음 모양 만들기에 힘쓰라 했다.
평소 내공을 비운 그이기에 하늘은 산속 사냥꾼처럼 높게 보였고 지평선은 화전민 같이 멀리 느꼈다.
그래서 그 마음의 밭에는 오만의 가시와 경솔함의 잡초는 싹틀 기회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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