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돌아오지 않는 손님 떨어뜨린 검 손잡이에 달린 붉은 수실이 핏물을 머금었다. 생명이 붉은 꽃잎처럼 빗물 속에 낙화되며 짓밟혓다. 이정이 이번 싸움에서 얼마의 목숨을 빼앗았는지 모른다. 부지불식간에 무의식중에 한 금의인이 그 앞에 나타났다. 금의인이 웃었다. 이정이 물었다. "당신은 누군가요?" 금의인이 말했다... 소설 메모/느리게 흐르는 강 中 2011.08.07
88 물의 경계 그녀가 내딛는 걸음걸이마다 마치 여인봉 봉우리가 살아서 움직이는 듯 산악의 중압감이 깃들어 있으니 더 이상 공간과 시간은 검절만의 것이 아니었다. 악현상이 검절을 향해 냉랭히 말했다. "그대 몸에 만신이 함께 거하여 인간으로서 누구도 당신을 이길 수 없다면, 나 또한 인간이길 포기하리라!" .. 소설 메모/느리게 흐르는 강 中 2011.08.04
86 위대한 이름 악현상이 자신이 꼼짝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실과 환각을 구분할 수 없게 되는 심마에 빠져드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들은 적이 있었다. 빙의! 빙의는 귀신과 영만이 아닌 자연의 모든 것을 포함하는 것이다. 빙의한 영매는 섭혼의 능력으로 대상을 지배하는 것이며 단순한 눈빛만에 의한 섭혼이 아닌 .. 소설 메모/느리게 흐르는 강 中 2011.08.04
74 넓고 멀며 아득하다 장진경의 기운은 피어나기를 다투는 꽃들이 모두 진 후 홀로 계절의 말미에 피어나는 가을 황국같이 고고하며 귀품이 있었고, 악현상은 보아주는 이 없이도 하얀꽃으로 피었다가 아무도 모르게 황색 노란빛으로 지는 수풀 속의 치자꽃같이 깨끗하고 정갈한 기운이었다. 소설 메모/느리게 흐르는 강 中 2009.09.05
57 노을 속을 걷다 이정을 위로하는 말이 결코 아니기에 이정이 그 말이 맞는 것을 알면서도 한편으로 그녀에게 섭섭하기도 했다. 악현상이 그런데 노을이 지는 여름 서편 하늘에 시선이 가며 다시 말했다. "그러나 하늘에는 충만한 복이 있고 복은 그 그릇의 모양이 아닌 크기대로 받으니 당신이 그 질그릇을 깨끗하게 .. 소설 메모/느리게 흐르는 강 中 2009.08.29
51 저승의 강 "이 세상의 생명들은 모두 타인의 희생을 통해 살아간다. 그러니 그 빚을 올바로 치루어야 한다. 삶에 있어서 안빈낙도는 결코 최선이 아니다." 소설 메모/느리게 흐르는 강 中 2009.08.29
49 미소녀는 청년의 가슴을 울렁거리게 하다 "이정! 자고로 욕정은 죄가 아니나 무릇 군자는 그 대상과 장소와 시기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노력하라! 잠을 자는 가운데서도 심장은 뛰고 폐는 숨을 쉬니 이 세상 어디에 육신의 진정한 안식이 있는가." 소설 메모/느리게 흐르는 강 中 2009.08.29
42 배가 부딪힌 후에야 연꽃이 피다 "진흙에 젖지 않는 연꽃처럼 안주하는 고집을 버리고 시냇물 같이 흐르다 배는 연꽃 속에 드나 연꽃은 배가 부딪쳐야 피어나리라" 소설 메모/느리게 흐르는 강 中 2009.08.29
36 여름이 지나는 소리 백화장원의 돌아가신 어른들 중에 어떤 분은 한 사람을 죽인 뒤 죽은 자를 추도하며 한 그루 나무를 정성스레 심었다 했다. 그 말을 처음에는 어쩐지 위선으로 받아들였으나 지금은 전혀 위선으로 새겨지지 않았다. 사람의 심성은 항상 나날이 알게 모르게 세상의 악함과 잔인함에 의해 같이 망가진다... 소설 메모/느리게 흐르는 강 中 2009.08.29
35 바람이 없어도 꽃은 떨어지는 법 "항상 담대하라! 오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담대함만이 적을 이기고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소설 메모/느리게 흐르는 강 中 2009.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