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넓고 멀며 아득하다 장진경의 기운은 피어나기를 다투는 꽃들이 모두 진 후 홀로 계절의 말미에 피어나는 가을 황국같이 고고하며 귀품이 있었고, 악현상은 보아주는 이 없이도 하얀꽃으로 피었다가 아무도 모르게 황색 노란빛으로 지는 수풀 속의 치자꽃같이 깨끗하고 정갈한 기운이었다. 소설 메모/느리게 흐르는 강 中 2009.09.05
57 노을 속을 걷다 이정을 위로하는 말이 결코 아니기에 이정이 그 말이 맞는 것을 알면서도 한편으로 그녀에게 섭섭하기도 했다. 악현상이 그런데 노을이 지는 여름 서편 하늘에 시선이 가며 다시 말했다. "그러나 하늘에는 충만한 복이 있고 복은 그 그릇의 모양이 아닌 크기대로 받으니 당신이 그 질그릇을 깨끗하게 .. 소설 메모/느리게 흐르는 강 中 2009.08.29
51 저승의 강 "이 세상의 생명들은 모두 타인의 희생을 통해 살아간다. 그러니 그 빚을 올바로 치루어야 한다. 삶에 있어서 안빈낙도는 결코 최선이 아니다." 소설 메모/느리게 흐르는 강 中 2009.08.29
49 미소녀는 청년의 가슴을 울렁거리게 하다 "이정! 자고로 욕정은 죄가 아니나 무릇 군자는 그 대상과 장소와 시기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노력하라! 잠을 자는 가운데서도 심장은 뛰고 폐는 숨을 쉬니 이 세상 어디에 육신의 진정한 안식이 있는가." 소설 메모/느리게 흐르는 강 中 2009.08.29
42 배가 부딪힌 후에야 연꽃이 피다 "진흙에 젖지 않는 연꽃처럼 안주하는 고집을 버리고 시냇물 같이 흐르다 배는 연꽃 속에 드나 연꽃은 배가 부딪쳐야 피어나리라" 소설 메모/느리게 흐르는 강 中 2009.08.29
36 여름이 지나는 소리 백화장원의 돌아가신 어른들 중에 어떤 분은 한 사람을 죽인 뒤 죽은 자를 추도하며 한 그루 나무를 정성스레 심었다 했다. 그 말을 처음에는 어쩐지 위선으로 받아들였으나 지금은 전혀 위선으로 새겨지지 않았다. 사람의 심성은 항상 나날이 알게 모르게 세상의 악함과 잔인함에 의해 같이 망가진다... 소설 메모/느리게 흐르는 강 中 2009.08.29
35 바람이 없어도 꽃은 떨어지는 법 "항상 담대하라! 오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담대함만이 적을 이기고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소설 메모/느리게 흐르는 강 中 2009.08.29
21 흐르는 별 "의는 중요한 것이다. 하늘은 어떤 사람을 택해 불의를 없애고 약한 자를 돕게 하기도 한다. 그것을 소명이라 하니 이정이는 그 정해진 숭고한 소명을 받아들이고 피하지 말라. 그리고 항상 담대하라. 그 길은 정녕 인간으로서 위대한 길이다." 소설 메모/느리게 흐르는 강 中 2009.08.29
18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아我란 그때 그때의 사고·감정·의지의 각 작용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지속성과 동일성을 지니는 것이어야 한다. 아는 양심인 초자아와 본능 사이에서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한다. 소설 메모/느리게 흐르는 강 中 2009.08.29
15 세상에 나를 알아주는 이 없다 빗줄기가 이제 거세지고 있었다. 일찍이 한선생이 이정에게 사람은 나무와 똑같은 자리에 서서 똑같은 세월을 비바람을 맞아야 비로소 그 나무를 바로 이해한다 했다. 그러나 年年歲歲花相似 연연세세화상사 歲歲年年人不同 세세년년인부동 이라, 꽃은 봄이 돌아오면 같은 모습으로 다시 피어나나, .. 소설 메모/느리게 흐르는 강 中 2009.08.29